온갖 현상, 인간, 정책을 평가할 때 사람마다 기준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우러나온 기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내 기준'에 따른 평가와 비난이 만연한 사회, 특히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커피의 변화와 그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커피 맛은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우리의 정치 또한 그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정치권의 '내 기준' 논쟁: 과거와 현재의 비교
최근 정치권의 당권 경쟁은 동지였던 사람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과거 행동, 발언, 인간관계 등 일거수일투족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평가하며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심리학자 토드 로즈가 <평균의 종말>에서 언급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미인의 몽타주를 들고 나와 상대방의 외모를 비난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들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치인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을 여과 없이, 때로는 왜곡하여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 또한 씁쓸함을 더합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내란'이라고 규정된 사건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기 어렵게 만듭니다.
커피 맛의 변화: 시대에 따른 기준의 진화

커피 맛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옛날 기준으로 지금의 커피를 평가하거나, 지금 기준으로 옛날 커피를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나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커피 취향을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 커피를 선택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커피의 역사에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몇 차례 큰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1960년대까지: 커피인가, 차인가의 단순한 선택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커피 선택의 기준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커피를 마실 것인지, 차를 마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대부분의 다방에서는 커피가 한 종류였기 때문입니다. 끓인 커피를 제공하는 곳과 인스턴트커피를 제공하는 곳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 다방에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메뉴로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주로 미제 인스턴트커피를 마셨습니다.
1970년대~1980년대 말: 인스턴트커피의 시대

국산 인스턴트커피가 생산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는 커피가 인스턴트커피로 통일되다시피 했습니다. 맛보다는 편리성이 지배하던 시대였으며, 커피를 마실 것인지, 국가가 권장하는 국산 차를 마실 것인지를 결정하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부 대학가 주변에서는 일본에서 유행하던 사이폰 커피를 제공하는 업소도 있었지만, 이는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었지 커피 자체를 선택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의 선택지 등장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커피를 마실 때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블랙커피) 사이에서 선택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모든 다방과 커피숍은 두 가지 메뉴를 제공했으며, 원두커피를 선택하면 블랙으로 마실지 설탕을 넣을지를 물었습니다. '블랙'으로 마시는 것이 좀 더 있어 보이는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카페 밀집 지역인 '카페촌'이 등장하며 원두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도시 중심가에는 종이 여과지나 융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거나,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전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다양한 메뉴와 지역별 커피의 등장

'아메리카노'를 시작으로 카페라테,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등 생소한 이름의 커피들이 등장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드립커피 전문점 문화도 조금씩 증가했으며, 어느 나라 커피를 선택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신맛을 좋아하면 아프리카 커피, 구수한 맛을 좋아하면 중남미 커피라는 쉬운 공식이 유행하며 에티오피아, 케냐, 브라질, 콜롬비아 등 커피 생산 국가들이 친숙해졌습니다. 지역 이름까지 알게 되면서 커피 선택의 기준이 다양해졌습니다.
2010년대: 스페셜티 커피와 '나에게 맞는 커피'의 시대

2010년대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며 커피를 와인처럼 대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커피인지, 내추럴인지 워시드인지 등 생산지와 가공법을 보고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볶음 강도 정보를 보고 커피를 선택하는 애호가도 많아졌으며, '산미'를 좋아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배우 이서진의 "커피는 맛이 아닙니다. 향입니다"라는 말처럼, 맛과 함께 향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더해졌습니다. 라임, 재스민,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향에 대한 정보가 커피 선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의 커피 평가 기준: 더욱 다양해진 선택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디카페인, 공정무역, 유기농, 발효 커피 등 더욱 다양한 기준이 커피 평가에 추가되었습니다. 파푸아뉴기니, 라오스, 태국, 르완다 등 커피 생산 국가도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바리스타가 누구인지를 따지기도 합니다. 이는 '나에게 맞는 커피를 마시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커피마다 특색이 있고, 마시는 사람 각자의 기준으로 선택한 커피를 즐기는 시대입니다.
정치와 커피: '내 기준' 강요의 씁쓸함

나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커피 취향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뭔가 모자라는 행동입니다. 최근 언론에 비치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은 다양한 기준으로 맛과 향을 뽐내는 커피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커피는 지속적으로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는 커피도 없고, 자기 취향을 강요하는 커피 전문가도 없습니다. 자신의 기준만을 강요하려는 뒤떨어지고 덜떨어진 사람들이 설쳐대는 정치판 때문에 커피 맛조차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피곤한 시절입니다.
- 정치권의 '내 기준'에 따른 비난 경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과 같다.
- 커피 맛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 또한 진화해왔다.
- 과거에는 커피 종류가 단순했으나, 점차 원두, 산지, 가공법, 향 등 다양한 기준으로 커피를 선택하게 되었다.
- 나의 기준으로 타인의 커피 취향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며, 정치권의 이러한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 커피처럼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없는 분야에서 '내 기준'만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