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셰프, 이하성. 그의 이름을 건 첫 독립 레스토랑이 한국이 아닌 뉴욕 맨해튼의 중심, 머리힐에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오야트(Oyat)’입니다. 방송 후광에 힘입은 스타 셰프의 식당이라기엔, 이곳은 그 이상의 깊이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파인다이닝 주방을 거치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구축해 온 이하성 셰프가 뉴욕에서 펼치는 새로운 도전, '오야트'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이하성 셰프: '흑백요리사'를 넘어선 글로벌 셰프의 여정
국내에서는 '흑백요리사'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하성 셰프는 이미 세계적인 다이닝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그는 미국 나파밸리의 '더 프렌치 런드리', 뉴욕 '그래머시 태번', 덴마크 코펜하겐 '제라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들을 거쳤습니다. 특히 뉴욕 '아토믹스'에서 셰프 드 퀴진으로 재직하며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한 이력은 그의 탁월한 실력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하성 셰프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선보이는 무대가 바로 '오야트'입니다.
'오얏'에서 영감받은 이름, '오야트'

레스토랑 이름 '오야트'는 이하성 셰프의 성인 '이(李)'의 옛 한국어 표현인 '오얏'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는 한국적인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셰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오야트'의 코스 메뉴 어디에서도 명확히 '한식 코스'라고 정의할 만한 요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쌀, 장아찌, 쑥, 깻잎, 막걸리 지게미와 같은 한국적인 식재료들은 '오야트' 안에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층위'로만 존재합니다. 요리의 전반적인 방향성은 '더 프렌치 런드리' 스타일의 농장 기반 컨템퍼러리 파인다이닝에 가깝습니다.
뉴욕 브라운스톤의 숨겨진 보석, '오야트'의 공간과 경험
머리힐 125 이스트 39번가에 위치한 '오야트'는 전형적인 뉴욕 브라운스톤 건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좁고 높은 타운하우스의 격자형 창 너머로 손님의 실루엣이 비치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공간의 동선 또한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손님들은 1층 라운지 '라틀리에'에서 가벼운 카나페로 식사를 시작한 후, 코스 중반에 2층 다이닝룸으로 자리를 옮겨 메인과 디저트를 즐기게 됩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동선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테이스팅 메뉴는 210달러, 와인 페어링은 170달러이며, 표면상 8코스지만 미니 디저트까지 포함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술 작품이 된 식재료: 발효와 보존의 미학

레스토랑 1층에 들어서면 박선기 작가의 투명 석영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아래 진열된 작은 유리병들에는 '4·16 체리 블라썸', '툰 비네거 HL' 등 손글씨 라벨이 붙은 발효물과 보존물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실제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로 '오야트'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축인 발효와 보존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미각을 사로잡는 창의적인 코스 구성

첫 디시부터 '오야트'의 코스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엠버스 오브 어스: 루트 베지터블 콩소메'는 채소 본연의 맛을 넘어 복합적인 단맛과 감칠맛, 은은한 카레 향을 선사합니다. '발효 당근 도넛'은 한입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누룽지의 식감 속에 새우 풍미, 발효 당근의 산미, 오렌지 필의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특히 추가 주문한 '오이&카비아리 크리스털 캐비아'는 오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고 훈연 장어 무스와 캐비아를 결합하여 완벽한 복합미를 선보입니다.
최상급 식재료의 완벽한 조리: 이하성 셰프의 진수

2층 다이닝룸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메인 코스에서는 식재료의 섬세한 조리법이 빛을 발합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산 광어 요리는 감자 껍질과 훈제 생선뼈로 만든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데, 광어 같지 않은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최상급 관자를 살짝 익힌 듯한 질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이하성 셰프가 왜 그토록 명성이 자자했는지를 단번에 실감하게 하는 한 접시입니다.
한식의 기억과 글로벌 파인다이닝의 만남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였던 죽 요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그니처 코스 '스프링 그린 포리지'는 현미를 알 덴테로 조리해 누룽지 질감을 살리고, 강된장의 뉘앙스를 더해 한식의 기억과 글로벌 파인다이닝 형식이 만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메인인 메추리 요리는 수십 년간 교배를 통해 살집을 두툼하게 키워낸 메추리를 사용하여, 칼로 써는 순간 탱탱하고 찰지면서도 부드러운 균형감을 자랑합니다.
쑥 아이스크림과 이색 디저트의 향연

쑥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나올 때는 이하성 셰프가 직접 테이블을 찾아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 파바 콩순, 레몬, 키위를 곁들인 이 샐러드 디저트는 전통적인 프렌치 요리와 달리 채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셰프의 실험 정신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디저트인 '프리저브드 카라카라 오렌지'는 단단한 머랭을 깨뜨리면 안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옐로 벨 페퍼의 산뜻한 매콤함과 미세한 피망 향이 시트러스 톤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아쉬움 속에서도 빛나는 '오야트'의 가능성

오픈 초기 단계에서 일부 서비스의 편차나 2층 나무 바닥의 미세한 소음과 같은 작은 빈틈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개선될 부분으로 보입니다. '흑백요리사'에서 보여준 이하성 셰프의 단편적인 모습과는 달리, '오야트'는 그가 수년간 다듬어 온 본업의 진정한 밀도를 증명합니다. 한국인 셰프가 뉴욕 파인다이닝의 중심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요리가 세계 최상위 수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 '흑백요리사 2' 준우승 셰프 이하성이 뉴욕 머리힐에 첫 독립 레스토랑 '오야트'를 오픈했습니다.
- '오야트'는 한국적 식재료를 기억의 층위로 활용하며, '더 프렌치 런드리' 스타일의 컨템퍼러리 파인다이닝을 선보입니다.
- 발효와 보존을 핵심 테마로 삼아 예술 작품 같은 식재료와 창의적인 코스 요리를 제공합니다.
- 최상급 식재료의 섬세한 조리법과 한식의 기억을 담은 독창적인 메뉴 구성이 특징입니다.
- 이하성 셰프의 깊이 있는 요리 철학과 글로벌 수준의 실력을 뉴욕 파인다이닝 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