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최근 한 연구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진단 기준의 확대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의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통해 ADHD와 자폐 진단 증가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ADHD·자폐 진단 증가, 원인은 무엇인가?
ADHD와 ASD 진단은 지난 수십 년간 일부 국가에서 4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증세에 대해 환경오염, 식습관 변화, 사회적 환경 변화, 심지어 백신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할 명확하고 일관된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진단 기준 자체의 변화가 진단 건수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진단 기준과 넓어진 이해의 폭

과거에는 ADHD와 ASD가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장애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신경발달장애로 그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증상에 대한 이해 또한 더욱 깊어졌습니다. 단순히 특정 증상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다른 정신질환과의 동반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진단 대상이 확대된 것입니다. 이러한 진단 기준의 변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유전적 위험도 감소, 진단 증가의 새로운 해석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은 덴마크 내 3만 7천여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진단 증가가 실제 유전적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활용된 '다유전자위험점수(PRS)'는 여러 유전자 변이의 영향을 종합하여 특정 질환에 대한 유전적 소인을 추정하는 지표입니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ADHD와 ASD 모두 최근에 진단받은 경우 평균 유전적 위험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진단 건수가 늘어나는 동안 유전적 소인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진단 증가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진단 기준 확대 가설, 가장 유력한 설명

연구진은 진단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과거에는 진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던 경증 환자들이 새롭게 진단 범위에 들어왔다는 가설입니다. 진단 건수가 늘어나는 동안 평균 유전적 위험도가 감소한 결과는 이러한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즉, 과거에는 진단받기 어려웠던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들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 안에서 더 잘 포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다른 정신질환 동반 진단 및 진단 기술 발달의 한계

연구진은 다른 정신질환 환자들이 ADHD나 ASD로 오진되었을 가능성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최근 진단자들은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에 대한 유전적 위험도 역시 함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가설은 힘을 잃었습니다. 만약 다른 정신질환 환자들이 포함되었다면 해당 질환들의 유전적 위험도도 함께 증가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단 기술 발달이나 의료 접근성 향상으로 과거에 진단되지 못했던 환자들이 뒤늦게 발견되었을 가능성도 고려되었으나, 이 경우 유전적 위험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관찰된 지속적인 감소 추세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위험 요인보다 사회적 변화에 주목해야 할 때
이번 연구 결과는 ADHD와 ASD 진단 증가를 특정 환경 요인이나 백신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진단자 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새로운 위험 요인의 등장보다는 진단 기준의 변화, 사회적 인식 개선, 의료 접근성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질환의 과잉 진단 여부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적절한 평가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포용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 ADHD 및 ASD 진단 건수 증가는 유전적 위험 증가보다는 진단 기준 확대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 덴마크 연구 결과, 최근 진단자들의 평균 유전적 위험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진단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과거에는 진단받기 어려웠던 경증 환자들이 현재의 확대된 진단 기준 안에서 포착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제시되었습니다.
- 다른 정신질환과의 동반 진단이나 진단 기술 발달만으로는 관찰된 유전적 위험도 감소 추세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진단 증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위험 요인 탐색보다 진단 체계 변화와 사회적 포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